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에게 공식 항의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서울은 백악관 발표가 최근 양자 경제 협의에서 합의한 범위를 넘어, 한국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과 미국 원전 사업에 자금을 묶어 두었다고 과장했다고 주장한다.
김 장관은 미국의 공개 문구가 “합의된 내용을 훨씬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 갈등은 이재명 정부가 한반도 안보 긴장과 맞물려 미국 에너지·첨단 산업에 대한 전략 투자를 약속하는 동시에, 모든 자금이 상업성 심사와 국내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고 반복하는 시점에 터졌다.
정부 관계자는 항의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전반적 관계를 끊겠다는 신호가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공개적으로 미국 상무장관을 상대로 불만을 표한 것은 드문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팩트시트가 암시한 것과 서울이 남겨 둔 여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발표와 함께 나온 한·미 공동 팩트시트는 양국이 투자 MOU에 적힌 상업성 기준을 충족하면 알래스카 LNG 사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다”고 적었다. 김 장관 측은 이 문장이 투자 여부나 규모가 결정됐다는 뜻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MOU 검토 절차를 거쳐야 하며 “투자 여부와 규모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재확인했다. 워싱턴에서는 한국 자본이 이미 확정된 것처럼 거래소에서 거론됐지만, 서울은 무역 적자 축소를 내세운 미국 측 홍보와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
원전 분야에서는 APR-1400·AP-1000 설계가 언급됐으나, 서울은 여전히 조건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어떤 원전 수출도 양국에서 안전·재정·주민 동의 절차를 따로 밟아야 한다.
외교부는 경제 협의와 안보 의제를 분리해 다루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이번 항의가 언론에 공개된 만큼 향후 정상회담 의제에도 올라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도와 분할 집행 규칙
한국 협상단은 연간 200억 달러, 총 2000억 달러의 투자 상한과 마일스톤별 분할 집행을 확보했다고 공개해 왔다. 김 장관의 항의는 미국 측 홍보가 그 안전장치를 가린 채 확정 발표처럼 들렸다는 취지다.
서울 증권가 분석가들은 MOU가 살아 있다면 조선·전력 설비 실무 그룹에도 파장이 있을 수 있지만, 야당은 알래스카 수표를 쓰기 전 국회 청문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본다. 가계 에너지 요금이 이미 지방선거 쟁점인 만큼 정치적 민감도도 높다.
산업부는 이번 항의가 특정 프로젝트의 최종 거절을 뜻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실사팀이 준비 중인 경제성 모델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들은 알래스카 프로젝트가 장기 계약과 운송비에 민감하다며, 서울이 상업성 기준을 고수하는 것이 오히려 협상력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협상의 다음 단계
김 장관은 러트닉이 팩트시트를 수정할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관련 수출 협의를 중단하지 않고 기존 산업 채널을 통해 조율하겠다고 했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백악관 공개 자료를 가리킬 뿐 즉각 논평은 없었다.
국내 유틸리티와 건설사에게 관건은 알래스카 가스 경제성 실사가 언제 재개되느냐와, 워싱턴이 “검토 시작”을 준공식 행사가 아니라 스프레드시트와 법률 검토로 받아들이느냐다. 그 전까지 김 장관의 항의는 같은 문장을 두 수도가 다르게 읽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 가장 분명한 신호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에너지·플랜트 업종 주가는 장중 소폭 하락했지만, 장 마감 후 산업부 브리핑에서 항의 사실이 확인되면서 변동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