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거제 조선소에서 하청 노조원 6명이 크레인과 공장 지붕 위 고공 농성을 이틀째 이어가며, 개정 노동조합법(소위 노란봉투법)에 따른 원청 교섭 의무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은 30일 낮 12시 30분께 선행도장공장 지붕과 시스템 발판 조립장 크레인에 올라, 한화오션이 하청 노동자와 직접 단체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농성은 10월 1일에도 이어졌고, 노조는 서문 앞 기자회견에서 사측의 원청 교섭 거부가 불법 점거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노란봉투법과 ‘사용자’ 범위 공방

올해 3월 10일 시행된 개정법은 하청 노조가 원청과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을 넓혔다. 한화오션은 하청지회에 대한 교섭 요구를 공고했지만, 급식·시설 관리 하도급업체 웰리브지회는 제외했다.

중앙노동위원회 등은 웰리브지회 노동자에 대해 한화오션이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본 바 있고, 회사는 이에 불복해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한 상태다. 하청지회는 웰리브지회를 포함한 공동 교섭을 고수하고 있어 교섭 일정이 막혀 있다. 회사는 웰리브지회를 빼고 하청지회와 별도 교섭에는 즉시 응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불법 점거”, 노조 “원청 교섭 거부”

한화오션은 1일 성명에서 교섭 의무와 별개로 크레인·생산 시설 점거는 정당한 쟁의행위 범위를 벗어난 불법 점거라고 밀었다. 안전사고와 생산 차질 위험을 이유로 단호 대응을 예고했다.

노조는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200여 일간 원청 교섭을 지연한 책임을 사측과 고용노동부에 돌리며 강력 투쟁을 예고했다. 조합은 법으로 보장된 원청 교섭을 회피하려는 시간 끌기라고 비판했다.

조선업 생산과 정치적 파장

거제는 국내 최대 조선 클러스터 가운데 하나로, 한화오션의 수주·납기 일정은 수출과 방산 물량에 직결된다. 6명 규모의 농성이지만 크레인과 도장 공정은 선행 작업의 핵심이라 장기화 시 일정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조는 하강 시한을 밝히지 않았고, 지역 노동위원회의 추가 조정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대형 조선사에서 원청·하청 교섭 범위를 가르는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웰리브지회를 둘러싼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공동 교섭 요구와 회사의 분리 교섭 제안 사이 간극이 좁혀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정부가 하청 노동자 교섭권을 방치했다고 비난했고, 한화오션은 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과 공존 노력은 계속하겠다면서도 점거 행위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반복했다. 조선업계는 이번 충돌이 다른 조선·중공업 현장의 원청 교섭 요구에도 파급될 수 있다고 본다.

회사 측은 교섭·조정 신청과 시정명령 절차에 협조해 왔다고 강조했지만, 하청지회가 웰리브지회와 묶인 공동 교섭을 고수하는 한 실무 협의가 재개되기 어렵다는 점을 드러냈다. 노조는 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생산 현장 안전을 핑계로 원청 교섭을 미루는 것이라며 추가 투쟁 가능성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