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고층 아파트 사이에 남아 있는 구룡마을 판잣집촌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남부 서울 하늘을 뒤덮었으나, 소방당국은 부상자 없이 불을 잡았다고 밝혔다. 마을은 강남의 럭셔리 스카이라인 바로 아래 비탈면에 밀집해 있어 작은 불도 도심 전체가 주목하는 사건이 된다.
화재 경위
서울소방재난본부는 27일 오후 3시 50분께 마을 안 쓰레기 수거 지점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는 신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인력 168명과 장비 51대를 투입했고, 강남구청은 인근 주민에게 창문을 닫고 우회하라는 안전 문자를 보냈다. 좁은 진입로 때문에 대형 차량 배치가 어렵다는 점이 초기 대응의 변수로 거론됐다.
독자가 제공한 사진에는 강남대로에서도 연기 기둥이 보였다. 소방당국은 발화 원인과 바람에 따른 옆집 확산 여부를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초기 신고가 ‘쓰레기장’에서 나온 것으로 기록돼, 불법 투기와 수거 주기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구룡마을이 정치적 이슈인 이유
구룡마을은 강남구 안에 남은 가장 큰 비공식 주거 밀집지로, 2010년대 이후 여러 차례 재개발 논의가 이어졌지만 상당수 가구가 이주를 거부했다. 서울시는 공공임대 이주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고, 투자자들은 한강 북쪽 비탈면 개발을 주시하고 있다. 현대식 건물 규제가 적용되지 않은 목조·판잣집이 빽빽이 이어져 화재 안전이 늘 쟁점이 됐다.
이날 화재로 국회에서도 좁은 골목, 전기 배선, 쓰레기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다시 불거졌다. 야당은 이주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고, 구청은 불법 투기가 반복됐다고 반박했다. 일부 의원은 소방차 진입로 확보 예산을 국비로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서울시는 이미 단계별 도로 정비 계획을 세웠다고 답했다.
당국의 저녁 대응
소방당국은 저녁까지 거주 가옥으로 불이 번지지 않았다고 밝혔고, 잔불을 끄는 작업을 이어갔다. 경찰은 현재 방화 정황은 없다고 했으며, 구청은 수거 업체 규정 준수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했다. 소방은 연기가 가라앉은 뒤에도 야간 순찰을 돌며 재발화를 막겠다고 했다.
강남구청장은 필요하면 임시 쉼터를 열겠다고 지역 방송에 밝혔다. 과거 판잣집촌 화재 때마다 중앙과 자치구 사이 예산 책임 공방이 반복됐다. 대통령실은 이날 별도 성명을 내지 않았지만, 구청은 재난 문자 체계가 정상 작동했다고 평가했다.
주민들이 맞는 다음 단계
마을 대표들은 연기 경보 동안 집에 머문 고령자를 점검해 달라고 자원봉사자에 요청했다. 주거 활동가들은 겨울철 난방기기 사용 전에 보상·이주안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열이 약한 집에서는 난로와 전기장판 사용이 늘면서 매년 겨울 화재 위험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은 연기가 가라앉은 뒤 인근 대기질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했고, 원인 조사 초안은 며칠 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주변 주요 도로의 통행도 저녁 무렵 정상화됐다. 주민들은 그보다 훨씬 길게 이어진 재개발 협상이 여전히 마을 위에 걸려 있다고 말한다. 오늘의 불은 다행히 인명 피해 없이 끝났지만, 구룡을 둘러싼 정치·주거 갈등은 이번 사건으로 더 쉽게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