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한국거래소 코스피가 7.57% 하락해 7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으며 수개월간 쌓아 올린 반도체 주도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한 목요일 오후 긴급 증시 점검 회의를 소집했다.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회의에는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KB증권·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미국 소비자물가 지표로 금리 인상 기대가 살아나고 AI 연계 반도체 종목이 밤사이 급락한 뒤 외국인·기관 수급 흐름을 점검했다.
당국이 내린 판단
당국은 이번 매도가 미국 소비자물가의 견조, AI 인프라 투자의 수익 전망에 대한 의구심, 유가 상승 등 대외 충격이 겹친 결과라고 봤지만, 하락 속도는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게 빠르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조선·방산 수출 호조, 경상수지 흑자 지속, 금융기관의 충분한 자본 등 기초 체력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위원장은 공포에 따른 쏠림 매매를 경계하고, 증권사·은행에 거래량을 위해 쉬운 신용을 늘리기보다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금융위 보도자료에 따르면 그는 “과도한 부채·신용에 기반한 투자는 위험하며, 이런 때에는 리스크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니터링과 집행
금융위는 허위 정보 유포에 따른 거래, 불법 공매도 등 시장 교란 행위를 기관 간 공동으로 감시하고, 변동성이 원화나 신용 시장으로 번질 경우 비상 대응 계획을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새로운 공매도 금지나 연기금 매수 프로그램은 발표하지 않았고, 즉각적인 시장 개입보다는 협조 체계를 다진 자리로 규정했다.
서울에서 장을 맞는 기업 재무 담당자와 개인 투자자에게 전달된 메시지는 ‘안정 의지는 있으나 보장은 없다’는 취지에 가깝다. 당국은 경계 태세를 유지하지만 다음 거래일들도 글로벌 반도체 심리와 미국 금리 기대에 좌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요일을 앞둔 시장 맥락
목요일 급락은 코스피가 7거래일 연속 하락한 결과로, 2024년 9월 이후 가장 긴 연속 하락이다. 지상파 방송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이 약 4,581조 원으로 줄어 하루에 약 375조 원이 증발했다고 전했다. 코스닥도 함께 밀렸고, 두 시장 모두 장 초반 알고리즘·개인 손절 물량이 겹치며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반도체 업종만 손실을 본 것은 아니다. 현대차는 경기민감 수출주 매도에 약 7% 하락했고 배터리 공급사들도 미국 선물 약세를 따라갔다. 그러나 여의도 시장의 화두는 여전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했다. 두 종목이 지수 비중의 거의 절반을 차지해 글로벌 반도체 흔들림이 지수에 더 크게 반영된다.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로이터 고객에게 AI 자본지출이 클라우드 업체 손익계산서의 매출 줄을 넘어 실제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지 시장이 시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금리 기대가 안정되기 전까지 한국 주식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의 고베타 표현으로 거래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금융위 성명은 즉각적인 유동성 공급보다 협조를 강조했다. 금요일 장이 다시 약하게 열리면 추가 조치 여지는 남지만, 고부채 차입 매수를 명시적 퍼트 옵션으로 부추기지 않겠다는 신호도 담겼다.
이번 회의는 급락 직후 투자 심리를 가라앉히고 증권·은행이 리스크 한도를 재점검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외국인·기관의 순매수·순매도와 포트폴리오 조정 속도가 지수 하락을 가속했는지 데이터를 공유했다.
당국은 원·신용 시장까지 변동성이 번질 경우를 대비해 비상 시나리오를 점검했으며, 필요 시 즉시 가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개입 수단을 바로 꺼내지 않은 것은 조정 자체를 막기 어렵다는 판단과 맞물리지만, 불법 행위나 유언비어에 따른 급격한 변동성이 커지면 강경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