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토요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유엔군사령관이 비무장지대(DMZ) 남쪽 철책을 두고 한국 영토가 어디서 시작되는지 설명한 발언을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할 것을 요구하며 외교적 항의를 거듭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주 의원은 브런슨이 발언을 철회하고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밀었다. 김 의원은 퇴역 사성 장군으로, 남쪽 철책에서 대한민국이 시작된다는 표현이 헌법이 보장하는 영토주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세미나에서 나온 발언

논란은 브런슨이 10월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골드국제전략연구소 세미나에서 한 말에서 비롯됐다. 그는 군사분계선(MDL) 남북 약 2km 지점에 철책이 있다고 설명한 뒤, 유엔군사령부 관점에서 “대한민국은 남쪽 철책선에서 시작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방한계선은 DMZ의 남쪽 경계이고 MDL은 완충지대 중앙을 통과한다. 김 의원은 1953년 정전협정이 유엔사에 DMZ 출입과 일부 민사행정 권한을 줬지만 영토주권을 규정할 권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국방위원장 진성준 의원은 전날 이 표현이 주권 범위에 대한 “심각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사의 해명과 국내 비판

유엔사 관계자는 브런슨이 정전협정에 따른 DMZ·공동경비구역 책임을 설명한 것이며 대한민국 주권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국회의원 DMZ 출입 제한 등 유엔사 관할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일부 전문가는 최근 브런슨이 전시작전통제권(OPCON) 전환 조건이 바뀌었다고 한 발언과 맞물려 이번 표현이 동맹 내 긴장을 키울 수 있다고 봤다. 여당은 17일 조건을 빨리 충족해 전환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성회 원내대변인은 국방부와 협력해 전환 일정을 앞당기겠다고 말했지만, 사령관의 공개 발언이 그 노력과 어떻게 조율될지는 불투명하다.

경향신문 등은 브런슨이 DMZ 폭을 2.5km로 언급한 부분도 정전협정이 규정한 남북 각 2km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과거 그는 한국을 아시아의 심장부에 꽂힌 단검에 비유하는 등 동맹 관계를 둘러싼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정치적 파장

주한미군 병력 약 2만 8,500명과 대규모 연합훈련이 예정된 가운데, DMZ를 둘러싼 언어 논쟁은 곧 국회 예산 심의로 이어질 수 있다. 김 의원의 사과 요구는 미군 지휘부뿐 아니라 국내 여론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미는 북한 미사일, 확장억제, 산업 협력을 맞춰 왔지만, 헌법이 규정한 ‘한반도와 부속 도서’라는 영토 정의와 충돌하는 표현은 민감하게 받아들여진다. 브런슨 측이 추가 해명을 낼지, 외교 채널로 정리될지가 관심사다. 여야 모두 이번 사태가 정전 체제의 행정 위임과 주권 행사를 구분해 설명하지 못할 때 동맹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앞으로 볼 일

국회가 본회의 일정으로 돌아오면 국방부·외교부 고위 관계자 소환을 거쳐 미국의 공식 입장 전달 여부를 따질 가능성이 크다. 외교부는 통상 동맹 현안을 양국 채널에서 조율한다는 입장을 반복하지만, 야당은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미 대사관에 공식 해명을 요구해야 한다고 압박할 수 있다.

그 전까지는 ‘DMZ 행정권은 위임됐을 뿐 포기된 것이 아니다’는 서울의 주장과, ‘주권은 해안선부터 시작한다’는 비판측 주장이 맞설 전망이다. 연합훈련 ‘킨 스워드’ 등 일정이 다가오면서 상징적 언쟁이 실무 협의에 번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양측의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