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북한군 포로 2명의 송환을 우크라이나가 공개한 데 대한 항의를 이어가며, 키이우 주재 대사관 인력의 약 절반을 철수하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20일 밝혔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측이 대사 소환 이후에도 건설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러시아의 공습 위험이 계속돼 외교관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일부 인력 철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인원 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외교부 관계자는 익명을 조건으로 대사관 인력의 절반가량이 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의 배경

논란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9월 23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에 이송했다고 밝힌 데서 시작됐다. 한국은 양국이 송환 사실을 비공개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고, 우크라이나 측은 이에 동의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10월 8일 박기창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소환했고, 서울에서 우크라이나 대리대사를 초치했다. 전쟁 발발 이후 키이우의 안보 위험이 지속됐음에도 대사관 인력을 줄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외교적 신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비아나 아프가니스탄 등 위험 지역에서 인력을 줄였던 사례와 달리, 이번에는 양국 간 정치·외교 분쟁이 직접적인 배경으로 거론된다.

남는 인력과 영사 업무

박 대변인은 윤지완 대리대사가 키이우에 남아 필요한 외교 소통을 이어가고, 영사 담당 인력은 모두 주재해 재외국민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대사관은 우크라이나 내 한국인 약 85명을 파악하고 있으며, 철수 희망자 조사와 안전 정보 제공을 병행할 계획이다.

철수 시점은 현지 안보 상황과 우크라이나와의 협의에 따라 결정되며, 결정은 사전에 외교 채널로 통보했다고 외교부는 덧붙였다. 키이우 당일 오후까지 우크라이나 정부의 공식적인 상세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한·우 관계 전망

이번 조치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이후 포로 정보를 둘러싼 한·우 이해차를 격화시키는 동시에, 동맹국 간 외교 마찰을 드러낸다. 서울의 안보·정보 목적과 키이우의 전쟁 홍보 필요가 충돌한 결과로, 대사관 축소가 관계 회복의 전제 조건이 될지는 추가 외교적 움직임을 지켜봐야 한다.

서울의 분석가들은 이번 인력 축소가 관계 단절이 아니라 불만 표시용 조치라고 보면서도, 우크라이나가 한국 투자와 정치 지지를 구하는 통로는 좁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정부에 철수 규모와 일정을 비공개로 유지하는 이유를 설명하라고 요구했으며, 일부는 북한 포로 신문·홍보 자료 확보를 위해 우크라이나와의 정보 협력 채널을 완전히 닫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번 결정이 순전히 안보 조치인지 포로 공개 문제에 대한 제재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폴란드 등 전선 국가에 남아 있는 한국 기업에 불확실성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0일 별도 브리핑을 하지 않았지만, 당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이어가고 러시아 전역에 파병된 북한군 문제에서 미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대사관 축소를 우크라이나 주권 지지 철회로 해석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으며, 여론조사에서는 먼 나라의 전쟁에 대한 국민 피로감도 거론된다.

대사관 가족과 현지 직원들에게는 언제 로테이션이 줄어들지, 키이우가 항의를 수용할지가 다음 관심사다. 외교부는 철수 일정이 확정되면 재외국민 대상 안전 문자를 추가로 발송하고, 희망자에 대해서는 인접국 경유 수송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