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oHandle 사설. 공정거래위원회가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의 석유 공급가 담합 혐의로 제재 절차에 들어갔다. 이 사건은 정책가들이 수십 년 용인한 환상을 드러낸다. 구별 불가능한 휘발유를 파는 네 정유사가 진짜 경쟁자처럼 행동한다는 전제다.
공정위는 두 회사가 수년간 가격 정보를 공유했고, 3월 중동 분쟁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을 때 실제 공급가를 두 차례 맞췄다고 본다. 관련 매출은 44조원에 달할 수 있고, 법상 최대 4조6000억원 과징금이 걸릴 수 있다.
숫자로 보는 과점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만으로 국내 정제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GS칼텍스와 S-OIL이 나머지를 채운다. 검찰은 7월 네 정유사를 기소했고 SK와 HD현대 간 14조2000억원 선적 직접 조율을 적시했다. 공정위의 44조원 계산에는 3월 사건 이전 정보 교환도 포함된다.
운전자는 주유소에서 브랜드 경쟁을 체감하지 않고 동시 인상을 겪는다. 국제가가 내리면 할인은 느리고 고르지 않다. 그 시장을 완전 경쟁으로 두면 정치인은 “시장 규율”을 칭찬하고 가계는 충격을 삼킨다.
정책 선택
정유사를 국유화할 필요는 없다. 마케팅 마진 상한, 석유관리원이 감사하는 비용 전가 공식, 도매 가격과 주유소 브랜드 분리—유럽 규제가 네트워크 산업에 쓰는 도구들이다.
반대론은 가격 상한이 청정 연료 투자를 꺾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담합은 이미 효율 없이 마진을 보장해 투자 인센티브를 둔화시킨다. 투명한 마진 밴드는 호르무즈 해협 미사일 뉴스 때 누가 이익을 보는지 유권자가 볼 수 있게 한다.
지금 해야 할 일
국회는 공정위 사건과 병행해 임원들이 선서 증언하는 청문을 신속히 열어야 한다. 과징금이 배당으로만 흡수되면 행동은 바뀌지 않는다. 금전 제재와 함께 도매가 공시, 독립 마진 모니터, 내부고발 보상 같은 구조적 처방이 필요하다.
한국인은 원유가 글로벌이라는 걸 안다. 국내 중간상이 오를 때는 항상 이기고 내릴 때는 늦게 따라오는 구조를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소비자 신뢰
통근 단체는 도매가가 투명하면 명절에 마진을 올리는 주유소를 더 쉽게 따질 수 있다고 말한다. 구조 개편 없이 과징금만 매기면, 석유화학 부문으로 벌금을 흡수할 수 있는 대기업에게 예측 가능한 비용이 될 위험이 있다.
이번 공정위 절차는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에 먼저 제재안을 통보하는 단계다. 나머지 정유사에 대한 조사도 병행 중이라는 점에서, 업계 전체의 가격 결정 방식이 다시 spotlight에 올랐다.
지난 수십 년간 정유사는 브랜드 마케팅과 주유소 프랜차이즈로 ‘경쟁이 있다’는 인상을 유지했다. 그러나 도매 공급가가 동시에 움직이면 주유소 사장도 마진을 스스로 정하기 어렵다. 소상공인연합은 이번 사건이 주유소 가맹점 손해까지 키웠다고 비판했다.
유가 연동제를 다시 논의하는 정치권 의원도 늘고 있지만, 정유사 로비는 ‘시장 왜곡’을 주장한다. 우리는 연동제만으로는 정보 담합을 막기 어렵다고 본다. 도매가격의 실시간 공개와 독립 감사가 병행돼야 한다.
환경 전환 비용을 정유사가 떠안는 시대에, 불투명한 마진은 탈탄소 투자 논의까지 흐린다. 공정위 제재가 마무리되기 전에 국회가 구조 개편안을 동시에 다루는 것이 납세자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정유사는 ‘국제 유가 반영’을 강조하지만, 국내 도매가 움직임이 네 곳에서 거의 동시에 나타나는 패턴은 통계적으로도 설명이 필요하다. 공정위 자료가 그 질문에 답을 시작한 셈이다.
